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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원 들여 신축… 내년 입주
대학 강의 400여개 들을 수 있고 학교 주최 스포츠·예술행사 참여 대학 안의 '섬' 되지 않도록 컴퓨터 강습·피아노 연주… 재능기부 학생들에게 입주 혜택 ![]() 실버타운 선시티의 어르신들 한국은 어르신과 젊은이가 어울리기 어려운 나라다. 미국과 유럽에선 베이비붐 세대가 젊은 세대와 교류하는 프로그램이 실험 단계를 지나 궤도에 올랐다. 어르신이 대학 캠퍼스에서 대학생과 어우러지고 어린이들과 놀며 즐긴다. 탐험대원 두 명이 어르신과 젊은이들이 즐겁게 뒤섞이는 현장을 다녀왔다. 얼마 전 방문한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템피(Tempe) 캠퍼스에선 신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 중인 20층짜리 건물 내부를 둘러봤다. "여기에 수영장을 만들 겁니다.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함께 챙기는 웰니스센터가 될 예정이고, 식당은 4곳을 만들고 있어요." 내년 10월 입주가 시작될 캠퍼스 내 실버타운인 '미라벨라 프로젝트' 현장이다. 애리조나주립대와 은퇴 전문 민간 회사 '태평양 은퇴 서비스'가 2000여억원을 들여 300채 규모 실버타운을 짓고 있었다. 입주가 10개월가량 남았는데 예약률은 이미 90%를 넘었다고 한다. 대학 한가운데 거대한 실버타운이라니. 궁금했다. 애리조나주립대 자산 담당 최고책임자 랜들 레빈씨가 답했다. "미국에선 매일 1만명이 65세 생일을 맞고 있습니다. 여러 해 조사 끝에 은퇴 세대의 중요한 욕구를 읽었습니다. '더 발전하는 삶'입니다. 그들은 계속 배우고 싶어 합니다. 대학만큼 배움이란 가치에 최적화한 곳이 있을까요." 내년부터 미라벨라에 입주할 어르신(62세 이상)은 애리조나주립대 학생처럼 대접받는다. 대학 강의 400여개를 듣고, 학교가 여는 스포츠·예술 행사에 참여하고, 도서관에 있는 책 수백만 권도 마음대로 빌려 볼 수 있다. 집 크기에 따라 보증금은 30만~84만달러(약 3억5000만~9억8000만원) 정도이고, 월 4000~4700달러(약 466만~548만원)를 따로 낸다. 의료 장비를 갖춘 시설 60여곳과 치매 노인을 위한 의료 시설 20곳, 수영장·레스토랑·스파·극장 등이 들어선다. 미라벨라는 학생과 교수, 노인이 뒤섞이는 공동체를 지향한다. 실버타운이 대학 안의 '섬'이 되지 않도록 애쓰겠다는 얘기였다. 예컨대 컴퓨터나 음악 관련 학과 학생들이 어르신께 컴퓨터를 가르치거나 식당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면 이 학생들은 무료로 미라벨라에 입주할 수 있다. 태평양 은퇴 서비스 폴 리프마 수석부사장은 "어느 한 쪽의 희생이 아닌 주고받으며 상생하는 대학·어르신 공동체가 미라벨라가 추구하는 목표"라고 했다. 애리조나주립대에서 국제무역을 전공하는 유학생 김용성(24)씨는 "학생도 미라벨라에 살 수 있다니 기대된다"며 "재능 기부를 위해 당장 바이올린이라도 배워야겠다"며 웃었다. 애리조나주립대 부근에 있는 선시티는 1960년대 집 5채로 시작해 주택 2만9200채로 성장한 미국의 대표 실버타운이다. 미라벨라도 선시티의 성공에 힘입어 조성됐다. 오후 3시 선시티의 페어웨이 레크리에이션센터 야외 수영장은 섭씨 47도였는데, 70~80대 어르신 20여 명이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선시티에 모인 은퇴자들은 취미 활동을 135가지나 즐길 수 있다. 목공 클럽에선 90세임에도 허리가 꼿꼿하고 팔근육이 젊은이 못지않은 짐 쿠프먼씨가 거침없는 손동작으로 나무를 잘랐다. 해가 진 후 어르신들은 4인조 록밴드의 공연에 맞춰 춤을 췄다. 전 선시티 자치위원장 빌 피터슨씨는 "이곳 평균 나이는 73세이고 60세는 '베이비'(아기)라 부른다"며 "우린 죽음을 준비하러 여기 온 게 아니라, 제2의 삶을 시작하려고 이곳에 모였다"고 했다. 2019.12.18 조선일보 정재원 기자, 템피·선시티 양경규 탐험대원 |